AI(인공지능)시대에 하나님을 말하다
AI(인공지능)시대에 하나님을 말하다
  • 크리스천월드
  • 승인 2017.03.2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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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간처럼(Human-like)



이세돌 9단과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 이후 인공지능에 대해 부쩍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교회는 어떻게 변화에 적응하며 기독교 문화를 형성해야 할까요? 이러한 문제의식을 갖고 지난 201645, 장로회신학대학교 교회와사회연구부·기독교사상과문화연구원 주최로 "AI(인공지능) 시대에서 하나님을 말하다" 신학강좌가 열렸습니다. 이에 강의 자료를 주최측과 강사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한국 교회의 미래를 준비하고 새로운 목회 패러다임을 설계하기 위해 필요한 비판적 안목과 대안적 현장 감각을 구비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 편집자 주


1) AI 프로젝트의 목표 "인간처럼"


AI 프로젝트의 1차 목표는 인간처럼되는 것이었다. 특별히 주된 관심은 인간 같은 사고가 가능한 인공지능이었다. 인간과 같은 지능에 대한 관심은 1950년에 영국의 수학자이자 컴퓨터 과학자인 앨런 튜링(Alan Turing)이 철학 학술지 Mind에 게재한 논문 "계산 기계와 지능"에서 제시한 튜링 테스트(Turing test, 기계(컴퓨터)가 인공지능을 갖추었는지 판별하는 실험으로 1950년 영국의 앨런 튜링이 제안하였다. - 편집자 주[두산백과])를 통해 구체화되었다. 이 테스트의 핵심은, 질문자인 사람이 어떠한 질문을 하였을 때 그 질문에 대해 대답한 기계(컴퓨터)의 답이 인간에 의한 답인지 기계에 의한 답인지 분별할 수 없는 수준일 때 그 기계는 인간의 지능 수준을 가진 기계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튜링에 의해 제시된 테스트의 대표적인 초기 버전은 이미테이션 게임(Imitation Game)인데, 이 게임이 제시된 후 64년 만에 러시아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유진 구스트만(Eugene Goostman), 물론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2014년에 이 게임(테스트)을 통과해 큰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2014년에 튜링 테스트를 통과한 유진 구스트만.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미테이션 게임의 이름 속에 들어있는 단어인 모방’(imitation)이 말해주듯 AI 프로젝트는 인간을 모방하여 인간처럼 생각하는 기계(컴퓨터)를 만드는 것을 1차 목표로 삼고 있다. 현재 그 모방을 바둑이라는 게임 속에서 이루어낸 AI 프로그램이 바로 알파고이다. 이처럼 인간을 모방하여 인간의 이미지(형상)를 기계 속에 담아내려는 AI 프로젝트의 노력은 하나님을 닮은 존재로서의 인간을 말하는 신학에서의 하나님의 형상담론과 교차된다.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존재인 인간'에 대한 기독교 신학적 담론과 인간의 형상을 닮은 존재인 AI’에 대한 현대 과학기술의 담론이 서로 교차된다는 것이다.


2)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인간


전통적인 신학의 담론에서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개념의 기본 논의는 창세기 126-27, “하나님이 말씀하시기를 우리가 우리의 형상을 따라서, 우리의 모양대로 사람을 만들자하나님이 당신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셨으니,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셨다로부터 시작된다. 여기서 형상과 모양으로 번역된 두 히브리어 단어 데무트(likeness)와 첼렘(image)은 인간이 본질적으로 그의 창조자이신 하나님으로부터 특별하게 만들어진 존재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는 성서의 표현이자 어휘로 볼 수 있다.


하나님의 형상에 대한 신학적 해석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해볼 수 있다. 첫째, 실재적(substantive) 해석으로서 이는 아우구스티누스로부터 시작하여 토마스 아퀴나스에 의해 집중적으로 조명된 존재의 유비(analogia entis) 개념으로부터 기인한다. 이에 따르면 창조주 하나님과 피조물 인간은 실재적으로 서로 유사성이 있다. 그 유사한 본질의 대표적인 특성은 이성이다. 이성은 인간만이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고유한 능력이다.


둘째, 기능적(functional) 해석으로서 이를 대표하는 현대 신학자는 폰 라드(Gerhard von Rad)이다. 그는 위의 실재적 해석이 하나님의 형상 속에 들어있는 인간의 자기 초월적 능력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정신적일뿐 아니라 육체적인 한계도 지니고 피조된 인간과 창조자 하나님 사이에는 언제나 존재론적 차이(ontological difference)가 있기에 하나님의 형상은 실재적 유사성이라기보다는 하나님의 섭리 속에서 인간이 그분의 뜻을 감당해가는 기능적인 측면에서 이해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셋째, 관계적(relational) 해석으로서 대표적인 현대 신학자로 칼 바르트(Karl Barth)를 들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창세기 126, “우리가 우리의 형상을 따라서, 우리의 모양대로 사람을 만들자에서 하나님은 그의 형상 속에서 그 자신을 나타내고 있다. 즉 복수로 표현된 우리라는 표현을 통하여 하나님은 그의 삼위일체적 관계성을 스스로 나타내셨다. 이처럼 하나님의 형상이 삼위일체 하나님 자신의 관계성을 나타내고 있기에, 그 속에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존재적 유비가 들어갈 공간은 없다.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관계성은 오직 하나님 자신으로부터 시작된 삼위일체적 관계성이 인간을 향한 그의 관계성으로 확장될 때에만 가능하다. 다행이도 하나님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피조물을 향하여 그의 관계성을 확장시켜 나가신다.


3) 인간을 만드신 하나님, AI를 만드는 인간


위의 세 가지 하나님의 형상에 대한 신학적 해석들 중 관계적 해석은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관계성과 유사한 방식으로서 인간과 AI 사이의 관계성의 담론을 가능케 한다. 신학과 컴퓨터과학의 연결을 시도하는 미국의 노린 헐즈펠드(Noreen L. Herzfeld)는 전통적인 신학의 주제인 하나님의 형상(imago Dei)AI 프로젝트에 의해 추진되는 인간의 형상(imago hominis)을 비교 분석한다. In Our Image (2002)에서 그녀는 "왜 과학자들은 AI를 만들어내려고 애쓰고 있나?"라는 근본 질문을 던지면서 이를 하나님의 형상의 신학적 담론과 연결시킨다. 이 질문의 답을 간단히 말하자면, 하나님이 그의 형상을 따라 인간을 창조했듯이 하나님의 피조물인 인간도 그 스스로를 닮은 존재를 창조하려는 본성을 지니고 있고, 그러한 본성적 창조의 욕구가 첨단 테크놀로지인 AI 프로젝트를 통해 표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강의 중인 노린 헐즈펠드 박사와 그의 책 In Our Image.



이러한 논리가 신학적으로 도전이 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피조물인 인간이 스스로 창조자가 되려는 데에 있다. 사실 이러한 과학 문명의 도전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있어왔다. 대표적인 현대적 도전이라면, 20세기에는 NBC 중 생물(Biological) 공학이, 21세기에는 GNR 중 유전학(Genetics)이 주축이 되어 추진해온 인공수정, 게놈 프로젝트, 유전자 조작, 인간 복제 기술 등이 있다. 테크놀로지의 발전사로 볼 때 이러한 도전들과 AI 프로젝트가 별개가 아닌 동일선상의 발전 과정 속에 있기는 하나, 양자의 도전 방식에는 큰 차이가 있다. 전자가 이미 존재하는, 즉 하나님에 의해 창조된 피조물의 일부분이라도 사용하여 그로부터 만들어내는 재생(reproduction)으로서의 창조를 시도하고 있는 반면, 후자는 그것조차 사용하지 않고 단지 그 창조의 패러다임을 모방(imitation)만함으로써 인간의 독자적인 재창조(re-creation)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자면, 현재 과학기술 수준에서는 유전 공학의 최첨단 프로젝트인 인간 복제 기술조차 이미 창조된 피조물 인간의 최소한 하나의 세포나 핵이나 DNA 조각이라도 이용하여 재생 인간(reproductive human)을 만들어내려 하지만, 인간의 지능을 좇아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려는 AI 프로젝트는 인간의 사고방식을 모방만할 뿐 인간으로부터 나오는 어떠한 요소를 직접적으로 사용하지 않고도 재창조적 존재(re-creative being), AI를 직접 만들어내고자 한다.


4) 인간 속에 담겨있는 '하나님의 형상', AI 속에는?


하나님의 형상의 담론이 강력한 신의 창조론의 틀 속에서 논의될 수 있는 이유는 인간 속에 신의 형상이 어떠한 형태로든 담겨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최소한의 어떠한 요소를 사용하여 창조된(정확히 말하면 재생된) 존재는 인간의 형상이 담겨있다고 말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며, 존재적 유비가 있다고 말하여도 완전히 반박하기 힘들 것이고, 더 나아가 그 형상과 유비의 근원이 되는 인간의 창조자 하나님, 그리고 그의 창조 질서(혹은 기능적 해석에서 말하는 신의 섭리)와 전혀 연결점이 없는 존재라고 말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반면 알파고와 같은 AI는 인간의 사고방식을 모방만 했을 뿐 실제로는 뇌를 통한 인간의 사고체계와는 상관없다. 컴퓨터의 연산과 운영체계를 통해 스스로의 독자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지능체로서의 결과를 도출해낸다. 때문에, 이런 유형의 AI는 인간이 인간을 투영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제작의 의도와 제작자로서의 권한, 그리고 제작된 사고의 패러다임의 유사성에 근거해서만 인간의 형상에 대해 말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한 유형의 인간의 형상이 그 근원인 하나님의 형상에 기인한다고까지 연결시켜 말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결국 하나님의 형상에 대한 신학적 논의로부터 출발하였으나 논의의 끝에 남는 것은 단지 아련한(ambiguous) 인간의 형상뿐이며, 결국 AI의 인간의 형상 담론 속에서 기존의 하나님의 형상의 신학적 담론이 들어설 자리는 없게 된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인간지향적(man-oriented) AI 테크놀로지의 형상화(technological imagination) 담론을 향하여 신지향적(God-oriented) 기독교 신학의 형상화(theological imagination) 담론이 말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가장 기본적인 대답으로서 인간의 형상 제작에 대한 전통적인 경고라 할 수 있는 출애굽기 204, “너희는 너희가 섬기려고 위로 하늘에 있는 것이나, 아래로 땅에 있는 것이나, 땅 아래 물 속에 있는 어떤 것이든지, 그 모양을 본떠서 우상을 만들지 못한다를 들 수 있다. 인간의 형상을 따라 AI 테크놀로지의 형상을 만들어내려는 모습 자체가 일단 십계명 제2계명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 저작권자 © 크리스천월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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