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기사의 아들' 파키스탄계 칸, 첫 무슬림 런던시장 눈앞
'버스기사의 아들' 파키스탄계 칸, 첫 무슬림 런던시장 눈앞
  • 편집국장
  • 승인 2016.05.03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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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론조사서 보수당 골드스미스에 20%p차 앞서
 오는 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시장 선거를 앞두고 첫 무슬림 시장 탄생 가능성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고 2일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부유한 명문가 태생 백인 후보와 파키스탄계 이민자 가정 출신 무슬림 후보 사이의 '극과 극' 대결로 압축된 이번 선거에서 후자의 당선에 갈수록 무게가 실리고 있어서다.

▲런던시장 선거 선두를 달리는 노동당 사디크 칸(Sadiq Khan) 의원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현지시간) 런던 시민들이 주요 도시로는 처음으로 무슬림 시장을 선출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노동당 후보인 사디크 칸(45) 의원이 상당한 격차로 앞서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1일 발표된 여론조사 전문기관 유고브 조사결과를 보면 '내일 런던시장 선거를 한다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48%가 칸 후보라고 답한 반면 잭 골드스미스(41) 보수당 후보를 꼽은 응답자는 32%에 그쳤다.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3위 이하 후보를 찍은 유권자의 2차 지지표를 합산해 당선자를 가리는 실제 런던시장 선거방식을 적용해 양자대결로 압축할 경우 칸 후보(60%)와 골드스미스 후보(40%) 사이의 격차는 20%포인트로 더 벌어진다.

 현역 하원의원인 칸 후보는 파키스탄 출신 이민자인 부모 사이에서 8남매 중 5번째 아이로 런던에서 태어났다.

 침실이 3개밖에 없는 런던의 공공주택에서 나머지 7명의 형제자매와 어렵게 지내며 공립학교를 졸업한 대표적인 '흙수저' 정치인이다.

 그의 부친은 버스기사, 모친은 재봉사였다.

 북런던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인권변호사로 활약한 그는 2005년 총선에서 당선돼 중앙 정치무대에 데뷔했다.

 본격적인 정계 입문 3년 만인 2008년 고든 브라운 당시 총리로부터 지역사회·지방자치부 차관으로 지명되고, 이듬해 교통부 차관으로 '영전'하며 출발부터 주목받는 정치인이 됐다.


▲런던시장 보수당 후보인 잭 골드스미스(Zac Goldsmith) 의원

 이에 반해 경쟁자인 골드스미스 후보는 독일계 유대인 명문가의 일원이자 막대한 재산을 보유한 금융재력가의 아들로 태어난 전형적인 '금수저'다.

 할아버지와 부친이 영국 하원의원과 유럽의회 의원이었고, 아내도 금융 명문가인 로스차일드 가문 출신이다.

 명문 이튼칼리지를 중퇴한 그는 삼촌이 창간한 환경전문지 '에콜로지스트'의 편집자로 활약하다 2010년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정반대인 이력과 달리 둘 사이의 정책 차이는 크지 않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FT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런던 지하철 요금, 지방세, 주택정책 등 3가지 정도가 정책 쟁점으로 보인다.

 칸 후보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지하철 요금을 동결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골드스미스 후보는 요금을 동결하면 급속도로 증가하는 런던 인구에 대처하기 위한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택정책에 관해선 서민들이 구매 가능한 가격의 집을 더 많이 지을 것을 칸 후보가 촉구하고 나서자, 골드스미스 후보는 이런 정책이 오히려 주택건설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반대했다.

 지방세는 노동당이 '인상 가능하다', 보수당이 '절대 인상불가'로 각각 맞서고 있다.

 그러나 막판 런던시장 선거를 지배하는 이슈는 정책 차이가 아닌 '이슬람 극단주의'를 덧씌우는 식의 네거티브 선거 논란이다.

 보수당 측은 칸 후보의 인종과 종교 등을 근거로 그가 이슬람 극단주의를 옹호한다는 식의 주장을 펴고 있다.

 보수당 내각을 이끄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최근 의회에서 열린 '총리 질의'(PMQ)에서 런던시장 선거와 관련해 "노동당 후보가 우려스럽다"며 칸 후보가 이슬람 극단주의자와 연계된 것처럼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해 노동당 의원들로부터 "인종주의자"라는 비판을 받았다고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전했다.

 골드스미스 후보도 최근 칸 후보가 인권변호사 시절 극단주의자들을 변호했다는 주장과 함께 "그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설 땅을 마련해줬다"고 비난했다.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보수당과 골드스미스 선거캠프는 런던 외곽에 사는 백인과 인도를 비롯한 남아시아 출신 힌두교도를 타깃으로 '무슬림 시장의 탄생을 막아야 한다'며 이들 유권자의 결집을 촉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칸 후보가 작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영국 방문 때 환영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주장 등을 담은 전단지를 뿌리기도 했다.

 반면 칸 후보는 자신이 동성결혼 합법화에 찬성표를 던져 오히려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표적이 됐다고 반박하면서 자신의 가난한 출신성분을 부각해 서민들의 득표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이런 공세를 극복하고 칸 후보가 런던시장에 당선되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둘러싸고 보수당 내분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노동당과 제러미 코빈 대표에게 큰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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