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가정의 달, 장기기증으로 새로운 가족이 된 이들의 특별 사진전
5월 가정의 달, 장기기증으로 새로운 가족이 된 이들의 특별 사진전
  • 크리스천월드
  • 승인 2023.05.23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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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생명도 끊임없이 피어나고 있을 것이라 믿어요."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전기섭 씨의 사진.(하늘에서 온 편지)

"가족들 생일, 우리 부부의 결혼기념일을 항상 챙기던 다정한 아이였어요."

메르스의 유행으로 혼란스럽던 2015년, 신경숙 씨(57세, 여)는 사랑하는 딸의 마지막을 배웅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병원 중환자실을 오갔다. 중환자실에 의식 없이 누워있는 딸을 몇 분이라도 더 보고 싶은 마음에 소독제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닦는 수고도 마다치 않았다. 그해 6월 12일,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로 사경을 헤매던 박준희 씨(당시 21세)는 사고 9일 만에 뇌사 판정을 받고 심장, 신장 등을 기증한 후 세상을 떠났다. 늦봄에 떠난 딸을 떠올리면 8년이 지난 지금도 눈물부터 차오르는 신경숙 씨는 올해 이르게 피었다 낙화하는 벚꽃 나무를 바라보며 카메라 앞에 섰다.

"찬란한 꽃을 피우고 일찍 사라지는 벚꽃처럼 찰나의 인생을 살다 갔지만, 새봄을 기다리며 다시 생명을 품는 저 나무처럼 준희의 생명도 어딘가에서 끊임없이 피어나고 있을 것이라 믿어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박진탁 이사장, 이하 본부)는 오는 5월 11일부터 15일까지 서울시 서대문구에 소재한 아트스페이스 선에서 로즈디데이 특별 사진전 <장미-찬미>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이하 도너패밀리)의 숭고한 사랑을 기리는 5월 14일 ‘Rose D-day(로즈디데이)’를 기념하기 위해 진행되는 특별 사진전에서는 신경숙 씨와 같은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도너패밀리 11가정의 사진과 기증인의 생명을 이어받아 두 번째 삶을 살아가는 장기이식인 10명의 사진 총 60점의 사진을 통해 장기기증의 가치를 느낄 수 있다.

장기기증을 통해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맞이한 이들의 일상 사진 60여 점 전시돼

2021년 당시 5살이었던 전소율 양을 떠나보내며 장기기증을 결정한 아버지 전기섭 씨(46세)는 놀이터 그네에 홀로 앉아 하늘나라에 있을 딸을 그리는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하늘나라에도 어린이날이 있겠죠? 꿈에라도 한번 나타나 환하게 웃어주면 좋겠는데…" 시시때때로 밀려오는 그리움에 무너질 때가 많다는 그는 최근 한 통의 편지를 받고 위안을 얻었다. 딸의 심장을 이식받은 아이가 건강을 회복해 어린이집에 다니게 됐다는 편지이다. 이식인의 가족에게서 온 편지를 읽고 또 읽었다는 전기섭 씨의 유일한 바람은 소율 양의 장기를 이식받은 아이들의 건강이다.

한편, 2020년 이름 모를 기증인으로부터 심장을 이식받고 건강을 회복해 취업도 한 김상훈 씨는(남, 28세) 활기찬 출근길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심장을 이식받기 전, 병실 창밖너머로 계절의 변화를 느끼던 그는 올해 거리로 나가 직접 벚꽃도 봤다. 회복된 일상에 숨 쉬는 모든 순간이 소중하게 느껴진다는 김 씨는 기증인의 몫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

이처럼 도너패밀리와 장기이식인의 일상이 담긴 60여 점의 사진은 장기기증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11일, 생명나눔 주인공 및 재능기부자 등 50여 명 한자리에 모여 <장미-찬미> 개최 기념해

로즈디데이 특별 사진전 <장미-찬미>의 오픈 기념식은 5월 11일 오전 10시 30분에 진행된다. 이날 사진전의 개최를 축하하기 위해 도너패밀리 17명과 장기이식인 8명, 재능나눔으로 사진 촬영에 참여한 따뜻한사진가 협동조합 사진작가 8명 등 50여 명이 기념식에 자리한다.

2010년 고등학생 시절 원추각막이라는 질환으로 투병하다 각막을 이식받은 서지원 씨(29세)는 장기기증인과 그 가족들을 향한 감사 편지를 낭독한다. "기증인과 함께 더 많은 세상을 보고 싶다."라며 장기기증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어서 피아니스트 이승진 씨(38세, 여)의 연주도 이어진다. 중학교 3학년 때 소아당뇨를 진단받아 투병생활을 해왔던 이 씨는 2014년 뇌사자로부터 췌장을 이식받으며 고통스러운 시간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 씨는 "피아노를 마음껏 연주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하루하루가 감사하다."라며 두 번째 삶을 허락한 기증인과 그 가족들을 위한 특별한 피아노 연주를 헌정한다.

이식인들의 마음에 신경숙 씨가 도너패밀리 대표로 답할 예정이다. 신 씨는 평소 딸을 생각하며 쓴 시를 기념식에서 낭독해 장기이식인들의 앞날을 응원하고, 같은 경험을 가진 도너패밀리를 위로한다. 더불어 생명이 맺어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족’인 도너패밀리와 장기이식인은 서로에게 ‘잊지 않겠다’라는 뜻이 담긴 분홍 카네이션과 ‘항상 행복하라’는 뜻이 담긴 노란 장미를 선물하며 앞날을 응원한다.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매일 6.8명 사망하는 가운데 사진전이 장기기증 활성화에 보탬 되길

이번 사진전에서는 기증인의 유가족과 이식인의 사진 60점 외에도 생명나눔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은 장기기증 희망등록자 50명의 사진도 만날 수 있다. 또한 장기기증인 생명나눔 스토리 열람, 장기이식인 감사편지 오디오북 청취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장기기증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 알릴 예정이다.

한편, 지난 해 장기기증 희망등록자는 69,439명으로 2021년 대비 22%나 감소했다. 뇌사 시 장기기증자 역시 2022년 405명으로 최근 10년 중 가장 저조한 상황이다. 반면, 이식대기자는 매년 3천여 명씩 가파르게 증가해 매일 6.8명이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하고 있다. 이에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 전환 및 참여 확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문의 :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홍보팀 02-363-2114(내선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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