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고(故) 정필도 목사님을 회고하며...
[데스크 칼럼] 고(故) 정필도 목사님을 회고하며...
  • 채수빈
  • 승인 2022.04.0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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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월드 발행인 김영환 목사.

필자가 신대원에 있을 때의 일이다.

정필도 목사님의 ‘목회자의 영성과 제자 훈련’에 관한 강의를 마치던 날 우리는 함께 근교로 피크닉을 나갔다. 즐겁게 식사를 한 후에 어느 전도사님이었던 여학생이 목사님께 사진촬영을 요청했다. 그 때 정 목사님은 그 여학생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도리어 나를 향해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하셔서 불려나갔다.

당시 필자는 목사님께서 사진을 찍자고 나를 부르신 이유가 그동안 내가 목사님과 사모님의 픽업을 맡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목사님께서는 “전도사님 이리와 같이 찍읍시다. 남성 목회자는 여성과 단 둘이서 사진을 찍으면 안 됩니다.”라는 말씀에 속으로 달리 생각한 필자는 왠지 무안했던 추억이 있다. 그날 이후로 어느 덧 20년이 흘렀다. 당시 목회자의 영성에 관한 강의 내용은 대부분 필자의 희미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아직도 그때 필자를 부르시던 정 목사님의 음성은 귀에 여전히 생생하다.

△필자(좌측)와 고(故) 정필도 목사님.

당시에 큰 영향을 받았던 또 다른 현장이 있었다. 윌로우크릭의 리더십써밋에서였다. 주관 강사인 빌 하이벨스 목사님께서 ‘거룩한 분노’를 외치며 당신의 의분에 안경너머로 흐르던 눈물을 훔치던 모습을 본 현장이었다. 이를 통해 보여준 빌 하이벨스 목사님의 비장한 마음은 당시 병아리 목회자였던 내 마음에 헌신을 위한 깊은 감동으로 남았다. 그러나 그 후에 존경하던 빌 하이벨스 목사님의 성추문 의혹 사직 소식과 그 내용을 접하며 필자는 심한 충격을 받았었다. 정필도 목사님의 “남성 목회자는 여성과 단 둘이서 사진을 찍으면 안 됩니다.”라는 생활의 작은 실천이 다시 상기되었던 일이었다. ‘경건을 사수하라!’는 정 목사님의 차분하면서도 묵직한 강의는 경계심을 낮추기 쉬웠던 생활의 한 장면 속에서 실천되고 있던 것이었다.

그동안 경건을 지키지 못해 무너지는 강단이 얼마나 많았던가? 필자에게 경건의 실천을 보여주시던 정 목사님이 수일 전 소천 하셨다는 소식을 듣곤 안타까움 중에, 20년 전 신학생 때의 정 목사님의 강의 메모 노트를 찾아 펼쳐보았다. 40여 페이지의 요약 속에서 정 목사님이 회고되었다. 그렇지만 ‘전도사님~, 함께 찍지요!’ 라는 음성은 필자에게 전체 강의보다 더 큰 강의였다. 많은 후배 교역자를 양성하시고, 전 세계를 이웃 집 같이 내 달리시던 정 목사님. ‘필도야!’ 하며 부르시는 예수님의 품안에 달려가 안기길 어린아이처럼 고대하시던 그대로, 이제는 당신의 소원이 성취된 줄로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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