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임원회, ‘통합은 보류, 한기총으로 복귀하면 될 일’
한기총 임원회, ‘통합은 보류, 한기총으로 복귀하면 될 일’
  • 채수빈
  • 승인 2018.05.11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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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고발자를 질서위원장?, 3년간 직무정지도 무시하고 통추위원장? 말안돼

한기총 탈퇴라는 강수를 들어 한기총과 한교총의 통합을 이끌어 내려 했던 기하성 여의도총회의 바람이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엄기호 목사, 이하 한기총)는 제29-2차 임원회를 한기총 회의실에서 11일 오전 11시에 열고, 한교총과의 통합, 고소·고발자의 징계, 전방부대 방문, 남북조찬기도회, 신천지대책세미나 건을 논의했지만 제일 민감했던 통합은 보류됐다.

이날 주된 쟁점이었던 통합결의는 엄기호 대표회장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단 보류하고 논의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엄 목사는 여의도 기하성 실행위의 요구에 대한 답을 주기 위해서라도 통합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결정해야 하지 않겠냐고 설득했지만, 임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일단 보류하고 추후 논의하자는 쪽으로 결론지었다.

이 과정에서 최성규 목사는 “한교총도 7.7법에 의해서 복귀하는 것이 한기총이 가야 할 길이다. 한교총은 임의단체다. 통합이라는 말을 하지 말고, 한기총으로 돌아오게 하면 된다”며 “통합이라는 말로 잘못하면, 한기총이 없어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엄 대표회장은 “이게 옳다 저게 옳다는 식으로는 큰 것을 이룰 수 없다. 통합하는데 이의가 없지 않느냐”고 설득했다. 더불어 “복귀하는 것이 맞지만, 직접적으로 복귀하라고 하면 저쪽에서 말을 듣겠냐”며 한교총에 한국교회의 95%가 참여하고 있다는 식의 발언으로, 자존심이 상한 중소교단들의 원성을 들었다.

조경삼 목사는 회원교단의 정체성과 자존심을 상하는 말을 하지 말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또 통합추진위원회의 명칭에 문제가 있다. 연합이나 일치추진위원회로의 변경을 요청하고, 큰 것을 이루고자 작은 것을 간과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귀병 목사도 “한기총 안에 교단다운 교단이 몇 개냐는 말까지 들었다”고 토로하면서 한기총의 보수신학과 조직이 복원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기총에 복귀하는 것을 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한국교회 기본 연합정신의 정통성은 한기총에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건호 목사는 “한기총이 한교총과 함께할 당위성이 무엇이냐”고 반문하고, 법대로 영입하되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통합에 관한 임원진들의 문제제기는 또 있었다. 한기총, 한기연, 한교총의 통추위원들이 임원회를 거치지도 않고, 하루 전인 10일 오후 서울 앰배서더호텔에서 모임을 갖고, 통합에 관해 합의했다는 것이다.

합의서에 서명한 사람이 한기총의 이태희·황덕광 목사임을 확인한 임원진들이 절차상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황덕광 목사는 “통합에 대해 사인한 것은 절차상 하자가 되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통합을 했다는 것이 아니라 교계, 교회, 교인들에게 한국교회가 함께 할 수 있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라며 “한기총을 버리고 통합한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결국 통합에 관한 임원회 결의는 무수한 논쟁으로 치달았고, 일단 보류하고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특히 고소•고발자 징계의 건에서는 엄 대표회장은 “한기총 내부를 벗어나 고소고발을 할 경우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어느 교단에서 말 한마디 없이 대표회장에 대해 법원에 직무정지의 소를 제소했다”며 “어쩔 수 없이 변호사를 사서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소•고발자를 제명하고 교단은 징계를 하는 것으로 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 교단인 개혁총연 증경총회장인 엄신형 목사는 “어떤 사건이 있을 때 반드시 3번은 소환해서 자초지종을 물어봐야 한다”면서 “일방적으로 징계니 제명이니 하는 것은 아니다. 만일 그대로 진행하면 과거 고소•고발자들까지 다 다뤄야 한다. 일단 안건에서 빼고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다 조사해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자 엄 대표회장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한기총을 없애려는 것”이라며 “한기총을 상대로 고소고발을 한 사람에 대해 가만히 있어야 하는가”라고 강조했다.

둘 사이에 언성이 오고가자 최성규 목사는 “법은 만민 앞에 평등하다. 대표회장 건만 가지고 제명까지 가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면서 “앞서 대표회장 직무정지를 한 전광훈 목사, 선관위원장과 선관위원 실무 목회자까지 열명을 형사고발한 김희선 장로까지 세 사람을 징계하는 것으로 하자”고 말했다.

고소•고발자에 대한 안건이 나오자 김바울 목사는 “이은재 목사는 모든 직임에서 다 빠졌는데, 선관위를 고소한 자가 어떻게 질서위원장이 될 수 있느냐”며 문제제기를 했다.

덧붙여 최성규 목사는 “이태희 목사는 한기총 내에서 3년간 직무 정지된 상태다. 그런데 어떻게 통추위원장에 임명될 수 있냐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 박아 한기총 29회기 위원장 임명식이 기본 절차를 무시하고 임명된 것임을 드러내는 임원회가 됐다.

또한 모 임원이 발언권을 얻어 말하는 중에 3년 정지 징계를 당한 이태희 목사를 용서해주자는 식의 발언이 나오자 “총회에서 결정된 사안을 어떻게 임원회로 돌려서 다시 처리할 수 있느냐”며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임원회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회장은 급기야 의사봉을 마구 내려치며 “여기가 난장판이지 이게 뭡니까”를 외치고, 이제부터는 맘대로 진행하겠다고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서로의 주장만이 난무하자 엄 대표회장은 아무런 성과도 없이 고소•고발자에 대한 징계 건은 ‘재판 나오는 것을 보고 하자’며 한발 물러서면서 보류로 마무리 됐다.

이날 임원회에서는 회의 중간 중간에 ‘한기총과 한교총의 통합은 불가하다’는 문서와 한기총 행정개혁을 촉구하는 문서 등이 나돌아 임원회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한편 임원회는 오는 6월 1일 육군 제6사단 청성부대를 방문키로 했다. 또 오는 25일에는 한국기독교연합회관 3층 중강당에서 신천지대책세미나를 열기로 했다. 당초 오는 6월 30일 백주년기념관 소강당에서 할 계획이었던 남북조찬기도회는 한기총에서 주최하는 것이 아니기에 안건자체를 취소하기로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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