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계,뒤안길에서]"대웅은 위스키,광동은 막걸리"
[제약계,뒤안길에서]"대웅은 위스키,광동은 막걸리"
  • 이정백
  • 승인 2018.11.20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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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배경 달랐던 두 창립자,경영 스타일 정반대… 기업문화도 달라"

“대웅제약이 위스키라면 광동제약은 막걸리지.”

나는 1982년 부푼 꿈을 안고 대웅제약에 입사해 사회 첫발을 내디뎠다.

대웅에서 과장까지 지내다 1993년 광동제약으로 자리를 옮겼다.

처음 회사 분위기는 생소했다. 입사 후 얼마되지 않아 대웅제약에서 함께 근무하다 먼저 광동제약으로 온 선배에게 “회사 분위기가 어떠냐”고 했더니 돌아온 대답이었다.

당시로선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해가 갈수록 선배의 이 말 한마디가 두 회사의 분위기를 비교하는데 도움이 됐다.

당시 두 회사의 오너 스타일은 정반대였고, 이 때문인지 기업 문화도 확연히 달랐다.

대웅제약을 설립한, 당시 윤영환 회장(현 명예회장)은 성균관대 약대를 나와 부산 초량동에서 선화약국을 차린, 엘리트 코스를 밟은 창업자였다.

이 약국을 경영하다 대한비타민을 인수해 대웅제약으로 이름을 바꿨다. 

반면에 지금은 고인이 된 광동의 최수부 회장은 일본 키타큐슈 후쿠오카현에서 태어나 일본 초등학교를 다니다 그만뒀다. 초등학교 중퇴가 학력의 전부다.

초등학교 시절 같은 반의 일본인 친구가 그를 마늘 냄새 나는 조센진이라고 놀리자 화를 참지 못하고 그 일본인 친구를 피투성이가 되도록 때려 학교를 퇴학당했다고 가끔 회상에 젖기도 했다.

해방 후 경북 달성에 정착했으나 병든 아버지와 어린 동생들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12살의 나이에 어머니와 함께 행상을 시작하면서 거친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다.

8식구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소년 가장 최수부는 산에서 나무를 해다 팔고 시장에선 껌팔이, 배달, 소장수 등 안해본 것이 없었다.

군대를 갔다 온 후 고려인삼산업사라는 제약회사의 경옥고 외판원 생활을 하면서 모은 돈으로 1963년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에서 제약회사를 시작한 게 광동제약의 출발이다.

두 창업자는 시시콜콜한 업무까지 앞장서 열정적으로 챙기는 것은 비슷했지만, 젊은 시절 삶의 궤적이 달랐던 탓인지 회사를 경영하는 스타일은 정반대였다.

대웅이 모든 경영을 과학적이고 시스템적으로 움직였다면, 광동은 인간관계에 의존하는 정과 인간미가 넘치는 직장 분위기였다고 할까.

대웅은 제약사의 사관학교라고 불릴 정도로 교육훈련에 심혈을 기울였다. 선진 경영제도라든가, 최신 영업기법이 있다면 가장 먼저 도입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제약계 최초로 자체 연수원을 설립하기도 했다. 당시로선 재계에서도 생소할만큼 선구적이란 얘기를 들었다.

삼성그룹에서 새로운 경영 기법이 나오면 다음날 곧바로 대웅에 도입될 만큼 빨랐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도 대웅의 높은 교육의 질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다국적사의 최신 경영 기법도 놓치지 않았다. 벌써 1980년대 당시 미국의 다국적 기업 일라이 릴리사의 최신 영업기법을 도입해 직원들이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지금도 30년 전 배웠던 목표관리(MBO) 기법이나 밤새도록 익혔던 릴리의 ‘깔때기 원리’, ‘쐐기 원리’, ‘호루라기 원리’가 지금도 몸서리쳐질 정도로 생생하다.

반면, 광동제약은 직원들의 단합을 중시했다.

1년에 두 차례 영업사원 중심으로 집체 교육을 했고, 목표달성 방안 토의, 직무 교육 등 임직원들이 한데 모여 단합을 다지는 분위기를 중시했다.

한마디로 대웅은 선진 기법에 실적을 중시하는 일 중심이고, 광동은 인간 중심으로 텁텁하고 투박하고 소박한 ‘막걸리 문화’와 유사했다.

두 창업자의 경영스타일이 ‘위스키냐, 막걸리냐’로 상징되는 직장 분위기를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대웅이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광동은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윤 회장과 최 회장은 창업자로서 일에 대한 열정은 정말 남달랐지만 업무 스타일은 정반대였고 이런 스타일이 딴판의 직장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생각이다.

윤 회장은 직원들을 철저히 교육시켜 그들을 통해 성과를 달성했다.

최 회장은 자신이 몸소 먼저 실천해 임직원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스타일이었다.

어느 경영 스타일이 바람직할까?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어느 한쪽에 치우쳐도 반대급부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이다.

임원이나 부서장을 제치고 과장회의를 직접 주재할 정도로 실무를 챙겼던 대웅 윤 회장의 스타일 때문에 많은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때론 상처를 입기도 했다.

그 과정을 참고 견딘 임직원들은 훗날 대웅의 고위 임원으로, 또는 창업 기업인들을 많이 배출해 대웅이 제약계 사관학교 소리를 들었다.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광동 최 회장은 신임하던 직원이 잘못했을 때 면전에선 심하게 질책해도 후에는 반드시 따로 불러 등을 두드려주며 격려하는, 따뜻한 일면이 있었다.

이 때문인지 광동은 평균 근속 연수가 7년 8개월로 임직원들이 오래 근무하는 편이다.

위스키 타입이 좋을까, 막걸리 타입이 좋을까?

회사 오너의 자라난 배경이 기업문화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지나고 보니 새삼스럽다.

위스키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막걸리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듯이 어느 경영 스타일이 좋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두 가지 스타일이 적절하게 믹스된, 일 중심적이면서 인간 중심적인 회사가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올리브애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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