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통합인가? 한국교회의 진정한 화합인가?
정치적 통합인가? 한국교회의 진정한 화합인가?
  • 채수빈
  • 승인 2017.07.1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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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장회의


한교연과 한교총이 전격 통합하고 가칭 한기연 창립총회를 8월1일 열기로 했다. 새 연합기관 가칭 한국기독교연합회(한기연)가 출범을 앞두고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는 한교총이 지난 1월 한기총과 한교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등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즉 ‘빅텐트’ 구상을 밝힌 지 6개월 만이다.


구체적인 주요 통합안은 한기총 분열 이전 7.7정관을 기본으로 1천 교회 이상 교단장으로 구성된 상임회장을 통해서 대표회장을 추대하며 한교연 법인을 사용하고, 한기총은 정상화되면 통합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한교총으로 추진했던 연합단체 법인은 한기총 법인을 사용하려 했지만, 이영훈 목사 정관위반에 따른 법원의 직무직행정지로 한기총과의 통합이 어려워지자 한교연과의 통합을 빠르게 진행했다. 그리고 제4의 연합단체라는 여론을 의식한 듯 기관의 법인을 한교연의 법인을 사용하고 명칭은 한기연(가칭 한국기독교연합회)으로 하기로 했다.


그러나 대형교단 위주로 구성된 한교총과 한교연은 기본 운영 방향부터 다르므로 ‘한기연’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한교연은 대형, 중형, 소형 교단이 가, 나, 다 군으로 분류돼 순번제로 대표회장을 하고 있고, 이 순번제는 7.7정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한교총이 7.7정관을 바탕으로 한다고 했지만, 정작 7.7정관의 핵심인 대형교단과 소형교단이 번갈아 대표회장을 하는 순번제를 제외했고, 대형교단으로 구성된 상임회장단 체제를 주장하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교총의 주장대로 하면 소형교단은 대표회장을 할 기회가 없다. 연합기관에서 들러리로 전락하는 것이다.


사실 한교연은 그동안 한교총에 부정적 태도를 취해왔었다. 한교총을 제4의 연합단체로 표명하고 견지해 왔었다. 하지만, 이번에 급작스럽게 한교총과의 통합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이유에 대해, 한교연측 관계자는 한국교회의 통합과 연합을 위한 일에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하였지만, 한교연 내에서도 적잖은 반발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한교연의 회의 방식은 대형교단과 소형교단의 연합과 소통 및 협치를 중요시하며, 창립 초기부터 모든 회의를 공개적으로 진행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어 그나마 다른 연합기관보다는 공개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한교총과 교단장회의는 회의를 공개하지 않는다. 교계와 소통하는 모습은 일부에서만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통해 보이고, 실무 책임자들인 각 교단 총무들 모임의 경우 회의를 공개하지 않고 브리핑도 하지 않는 불통의 모습뿐이다.


대통령도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는 오늘날과 달리 지난 7월 15일 서울 시청 앞 달개비에서 열린 ‘교단장회의 22개 교단 총무단과 실무자 전체회의’ 역시 비공개였고, 기자를 회의장 밖으로 내몰며 밀실에서 논의하는 불통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한교총과 교단장회의 소속 총회장들은 대부분 9월 총회에서 바뀌는 것과 달리 총무와 사무국장들은 수년간 자리를 유지하며, 연합기관 운영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사실상 실세인 이들이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해 나가는 중심에 있는 것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이들이 벌써 단체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세력화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현재 한국교회교단장회의에 소속된 22개 교단중 15개 교단이 한교총 회원이지만 나머지 교단들과도 만나 한기연 창립에 함께할 것을 독려하기로 했다. 예장합동(총회장 김선규 목사), 기감(감독회장 전명구 목사)등도 참여하는 한기연이 창립되면 거대한 한국 교계의 최대 연합기관이 된다.


한국교회를 걱정하는 한 원로목사는 “1,000개 이상인 교단의 장으로 구성되는 한기연이 출법하면 1,000개 이하의 교단은 그야말로 군소 교단으로 분류되어 대형교단에 흡수되든지 아니면 한기연(가칭 한국기독교연합회)에서 배제된 군소 교단으로 그 입지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표회장을 선거 없이 상임회장들이 추대하는 체제가 된다면 대형교단 중심으로 집단 지도체제가 강화될 것이고 더 강한 기득권 세력이 형성되어 권력화된 연합단체가 될 것”이며 “교회가 권력화되는 순간 그 교회가 섬기는 것은 하나님이 아닌 권력이 되기 때문에 반드시 타락할 수밖에 없고, 이는 중세 로마 카톨릭을 보듯이 권력화된 교회는 결국 부패하고 타락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기연이 창립되면 대표회장은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통합, 대신, 고신, 합동개혁,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예수교대한성결교회(예성),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 여의도순복음,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 등 대형교단의 교단장 중심으로 상임회장단을 꾸려서 대표회장을 선거 없이 상임회장들이 추대한다.


이성희 예장통합 총회장과 정서영 한교연 대표회장 양측은 8월 1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한기연 창립총회를 개최키로 했다. 한교총 15개 교단 외에 예장합동·고신·합신, NCCK에만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기감과 기독교한국루터회, 기하성 여의도순복음과 기침이 한기연에 들어왔고, 오는 24일 열리는 한국교회교단장회의에서 한국기독교장로회와 구세군 대한본영까지 동참한다면 한국교회 대형교단 대부분이 한기연 소속 교단이 된다.


그러나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오는 9월 예장합동, 예장통합등 주요교단 총회에서 인준을 받아야 하는데 총대들의 반발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대형교단 통합에 부정적 이견을 보였던 한교연 내에도 통합 합의는 했지만, 대형교단 교단장이 중심이 되는 상임회장 집단지도체제를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한기총과의 통합도 연합사업의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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