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파업, 무지의 무서움
슬픈 파업, 무지의 무서움
  • 채수빈
  • 승인 2017.06.3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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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은 학교급식이 중단된다. 학교내 비정규직이 이틀간 파업을 하기 때문이다. 파업은 자기 권리를 주장하는 정당한 권리행사다. 그런데도 은근히 파업은 학생을 담보로 나쁜 짓인 듯 비난한다. 이같은 발언은 마타도어식 공격이다. 언론만 그렇게 보도하는 게 아니다.


학교 안에서도 곱지 않다.

"교장 연수를 떠나 학교에 없어도 학교가 잘 돌아가더라. 그 자리를 비우시면 그 자리가 없어도 된다는 뜻 아닙니까?"

"아이들이 사고가 나면 책임지겠습니까?"


학교 책임자는 맨 먼저 학생들 걱정을 앞세운다. 그럴 수 있다. 기울어진 판단이지만 교육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그런 발언이 가능하다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의 입장에서 보면 정당한 단체행동이고 권리행사다. 삐뚤어진 걱정보다 이해를 구해야 할 일이다. 공식자리에서 내놓고 하는 발언은 더 위험하다. 협박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많은 사용자들이 그런 생각을 한다는 데 있다.


오히려 어떻게 저런 발언을 공개적으로 할 수 있을까? 듣는 사람도 문제발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언제가 기간제 교사를 향해 방학동안 급료를 받으니 학교 나와서 일해야 한다고 말하는 해프닝을 목격한 적이 있다. 심지어 신규교사 소개 때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나누어 소개했다.


왜, 차별적 사고를 넘지 못할까?


미국의 사회철학자 로버트 노직은 공정한 경쟁 속에서 얻은 이윤은 국가나 사회가 기부나 세금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국가의 권력이 더 이상의 자유를 제약해서는 안 된다는 자유주의 국가론을 주장하였다. 백프로 동의한다. 이때 '공정한 사회'가 중요하다. 우리 사회는 공정하지 않은 것이 너무 많다. 이 파업을 앞에 두고 공정한 시선이면 좋겠다. 당신은 비정규직은 밥값이 정규직과 다른지 아십니까? 묻고 싶다. 똑같은 밥을 먹으면서도 수당은 차이나게 지급받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차별적 대우를 받으면서 아이들에게는 똑같이 하라는 모순을 알기나 할까?


더 슬픈 것은 무기계약직은 정규직인줄 안다. 임금 격차, 업무 배정, 아이들의 입장에서 차이가 안 보인다. 보여서도 안 된다. 그래서 교육계에서 노동문제는 신중하고 신중해야 한다. 아이들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공부해라"고 하고선 비정규직은 무시받거나 차별받는 현실을 만들면 "너희, 그렇게 살 현실이야."라는 슬픈 답을 준 꼴이다.


우리 사회가 절망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논리 중의 하나다. 언론이나 이해관계의 당사자인 학교 안에서나 그릇된 노동의식이나 권리에 대한 이해가 무수하게 차별적으로 깔려있다. 노동에 대한 차별도 그렇고 사람에 대한 차별도 마찬가지다. 노동에 대해 정당한 대우를 할 줄 모르는 사회다. 이른바 사용자들이 그렇고 언론들의 논리가 그렇다.


노영필 교육평론가

철학박사 현, 상일여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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