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장과 태극기세대 그리고 베이비부머세대
국제시장과 태극기세대 그리고 베이비부머세대
  • 크리스천월드
  • 승인 2017.04.28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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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의회 운영위원장 박철홍


이번 박근혜 탄핵과 맞물려 대한민국이 지난 해방 이후 신탁통치 안을 놔두고 좌우가 극심하게 대립했듯이 이번에는 촛불과 태극기로 나누어져 극단의 갈등을 보여주었다. 


나는 그 모습들을 보고 '촛불시위와 태극기 그리고 성조기'라는 칼럼을 써서 태극기시위에 성조기가 등장한 것을 역사적으로 살펴보면서 비난했다. 


한편으로는 궁금했다. 그분들은 왜 그러는 것일까?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어떤 특정한 시기에 어떤 세대들은 참 지긋지긋한 고통 속에 살아왔다는 걸 느낀다. 16세기 말 17세기 중반까지 살아 임진왜란, 정묘, 병자호란, 경신대기근까지 겪은 세대가 그렇다. 


최근에는 1930, 40년대 출생한 분들! 일제, 해방, 그리고 좌우 갈등, 6.25 전쟁에 이어진 분단, 4.19, 5.16, 서독 광부 간호사로 진출, 월남전, 경제개발을 거쳐 온 세대들, 나에게는 큰 집의 큰형님 같으신 분들! 그 분들 세대 또한 그렇다. 


그분들을 소재로 한 영화가 바로 ‘국제시장’이다.


그 영화에서 주인공세대가 딱 지금의 태극기에 주축을 이루는 어르신 세대이다. 


'국제시장'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인 황정민이 세상을 그렇게 힘들게 살아오면서 가족을 지켜냈음에도 가족들과 하는 대화마다 어긋나고 소외받아 홀로 방안에 앉아 어렸을 적 아버지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면서 끝난다.


‘국제시장’이라는 영화는 주인공 세대(1930, 40년 출생, 70대 후반)가 가족과 국가를 위해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서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영화의 주인공세대는 대한민국 지금의 영광이 그들의 피와 땀으로 얼룩져 있다고 믿는 세대이다.


그들이 어렵게 살아갈 당시 그분들에게 국가의 역할은 제대로 된 민주주의 실현이나 정의로운 사회구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배 안 곯게 해주고 직접 겪어본 전쟁의 위협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이었다. 


그분들이 살아온 시대는 국가라는 것이 끊임없이 위태롭고 혼란스러웠던 시대였다. 


그분들은 이승만을 독재정권이라고 하지만 대한민국을 건국했다고 생각한다.


박정희는 군부독재 정권이라고 하지만 가난이나 빈곤에서 벗어나 지금 우리가 이 정도로 먹고살게 만들어 준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라고 믿는다.


박정희에 이어진 전두환, 노태우 정권 또한 군사독재 정권들이지만 국가 안보. 특히 분단 상황에서의 국가 안보를 지켜내 지금의 번영을 만들었다고 믿고 싶어 한다.


그분들이 살아온 인생에서 새로운 국가 대한민국은 국가 존재 이유에 대해 어떤 다른 생각할만한 여유도 주지 않았다. 그분들은 국가가 그분들이 살아온 인생은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 당시 지도자를 국가와 동일시했다.


그래서 이승만 박정희가 매도당하면 그분들 인생도 매도당한다 생각한다.


세상은 참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는 데도 그 어르신 세대의 생각은 변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십 년 동안 진보적인 정권에 빼앗겨다 생각하는 정권을 그분들이 똘똘 뭉친 덕택으로 다시 보수 정권이 들어서게 했다고 믿었다.


그런 정권이 몰락하는 모습을 보고 그분들은 견뎌내기 힘들었다. 그분들 또한 목소리를 내야 했다. 그래서 일어섰고 태극기를 들었다. 


그런데 이러한 것을 이용한 세력이 있었다. 이 정권을 몰락시킨 데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일부 정치세력이었다. 그들이 바로 적폐대상이다.


태극기 집회에 나오신 대부분 어르신은 옳고 그름을 떠나 그분들이 살아온 인생까지 무참하게 짓밟힌 것 같은 참담함으로 동조하고 참여했을 것이다. 그분들은 우리가 포근히 껴안고 같이 가야 할 진정한 우리의 어르신들이다.


요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그분들이 많이 흔들리고 있다. 그분들의 표는 유목민이 되어 이리저리 떠돌고 있다. 


이런 상황이 우리나라를 대통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고 본다.


대연정이니 그런 말이 아니다. 대연정은 정치권력들이 권력을 분배해서 나누어 가지겠다는 정치에 관한 이야기일 뿐이다.


적폐청산도 나누어서 생각해야 한다. 이번 정권을 잡은 세력은 반드시 적폐청산을 이룩해내야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권력을 행했던 정치세력이나 오도된 시스템, 지나친 대기업 위주 정책 등에만 한정되어야 한다.


그동안 국민의 절반 이상이 그런 적폐대상 정치세력을 지지했다고 그들까지 적폐대상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특히 내가 앞서 말한 이유로 이번에 태극기를 들고나온 어르신 세대를 적폐대상으로 보지 말아야 한다.


흔들리는 그분들은 우리가 포근히 껴안아서 국민 대통합을 이룩해내야 할 우리들의 어르신들이다.


진정한 산업화 세력은 군사독재정권이 아닌 바로 이 어르신들이다.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세력의 화합은 권력끼리의 대연정이나 야합이 아닌 이 어르신들과 해야 한다.


천만이 넘는 국민이 '국제시장'을 보고 같이 웃고 울며 공감을 하는 것은 젊은 세대들도 그 어르신들 세대를 감정적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지 정치권력 놀음 때문에 국민끼리 갈등 속에 빠져 있었을 뿐이었다.


이번 대선에서도 그분들을 그저 표로만 생각하는 정치세력들이 분명 있다. 그 어르신들이 갈 곳 없이 흔들리다 한곳으로 모이면 자기들을 좋아해서 몰려온 것으로 착각한다.


정말 이번 대선에서 잘 판단하여야 한다.


사실, 지금 현실이 힘든 일들도 많고 문제도 아주 많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역사를 살펴보면 지금처럼 풍요롭고 오랫동안 직접적인 전쟁을 겪지 않고 사는 시기도 드물다. 


특히 베이비부머세대가 그런 좋은 시기를 만나서 살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앞서 말한 어르신들을 큰형님, 삼촌으로 두고 있고 지금 힘들어하는 2, 30대 세대의 부모이기도 하다.


앞으로 준비되지 않은 노후 걱정으로 고민도 많은 샌드위치같이 껴있는 베이비부머 세대이지만 그래도 국민 대통합에 앞장설 수 있는 세대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지역, 이념을 떠나 베이비부머 세대가 중심을 잡고 적폐청산도 이루고 대화합을 이끌어 낼 최적의 대통령을 뽑는데도 큰 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의 풍요는 박정희 한 사람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국제시장 세대들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국제시장이라는 영화는 이념적이거나 그 시대를 미화시킨 것이 아니라 그냥 우리 아버지 형님들의 슬픈 삶의 이야기였다. 


그 슬픔 속에서 열심히 살아 내 지금의 풍요를 만들어 냈지만, 이 풍요를 자녀들과 함께 나누지 못하고 과거 기억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아직도 슬픔과 외로움 속에서 살아가는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천만이 넘는 국민이 영화를 보면서 그 어르신 인생을 공감했듯이 이번 대선에서 그분들을 잘 껴안아 국민대통합을 이룩해 낼 대통령이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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