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광장의, ‘외침’과 ‘일침’
광화문 광장의, ‘외침’과 ‘일침’
  • 크리스천월드
  • 승인 2016.11.08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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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세종로 사거리, 광화문 광장과 청계광장에서 을지로까지를 꽉 채운 촛불들은 그냥 사진으로만 보면 장관이었다. 그러나 주최 추산 10만 명(경찰 추산 3만 7,000명) 이상의 시민들이 “박근혜 하야”를 외쳤다.


모인 청중 중에는 아들 손자들의 손을 잡고 나온 가족들과 그냥 평범한 시민들이었다. 이들은 모두 “이런 일들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것이 부끄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번 시위는 공식적인 주도 단체 또는 특정 리더 없이 10만 명의 시민들이 뭉쳤던 2014년 10월 홍콩의 우산 혁명과도 비슷한 모습이다. 홍콩 우산 혁명은 중국 본토의 선거 개입과 과도한 내정 간섭에 반발해 고등학생인 조슈아 웡이 시민단체들과 연계해 우산으로 경찰의 살수차와 최루탄을 비폭력적으로 막아낸 ‘도심 시위'다.


실제로 이날 집회에 중·고등학생도 상당수 참여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중·고등학생 400여 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중고생연대 시국선언’을 발표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중고생이 앞장서서 혁명전권 세워내자’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외치고 있었다. 지방의 중학생 박 모 군은 “2년 전 홍콩에서 중국으로부터 선거자치권을 주장하며 비폭력 저항 시위를 주도했던 인물도 15살 때 시민단체를 만들었던 학생 ‘조슈아 웡’이었다. 우리가 분노한 것은 국가가 국민의 안전과 권리를 전혀 지켜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광장에 참여한 이들과 다른 의견을 말하는 이들도 있다. 기독교계는 “물론 국가가 국민의 안전과 권리를 지켜주지 못했다고 느끼기에 이 같은 시위가 일어난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대통령이 관계한 최순실에 대해 적법한 절차를 거쳐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며 “막무가내식 여론몰이와 시위로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하야시키자는 것은, 또 다른 국가 혼란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광화문광장엔 시민들이 더 모여 주최 쪽 추산 12만 명(경찰 추산 4만 명)에 달했다. 인원이 너무 많아 모두 한꺼번에 움직이지 못하고 일부만 행진할 수 있을 정도였다.


애초 경찰은 교통 불편을 이유로 이날 행진을 금지했다. 하지만 법원이 참여연대가 신청한 ‘금지통고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행진이 가능해졌다. 법원은 “교통 소통의 공익이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는 데 비해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이유를 밝혔다.


경찰은 역대 최대 수준인 경찰 220개 중대, 1만7,000여 명을 투입했고, 청와대로 행진하는 것을 막기 위해 광화문광장 중간에 차벽을 설치했다.


큰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시민들이 한때 예정된 경로를 벗어나 명동 쪽으로 향하기도 했지만 경찰이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충돌을 피했다. 경찰 병력이 호루라기를 불며 교통정리에 나섰고 시민들은 차분히 지시에 따르는 모습이었다. 현장에서 전경과 말다툼이 벌어지면 주변 사람들이 “하지마, 하지마” 구호를 외쳐 거친 현장 분위기를 자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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