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고현 목사] 인생의 시계
[김고현 목사] 인생의 시계
  • 채수빈
  • 승인 2021.10.1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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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현 목사(한교연 총무협 회장)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인생>의 시계를 가지고 있다. 그중 한국 최초 시각장애인이며, 미국 백악관 국가장애위원 정책차관보인 강영우 박사(1944~2012)의 삶의 <인생> 시계를 소개하고 싶다. 그는 자신의 <인생>시계를 이렇게 표현했다.

암흑 같던 10대-13세 어린나이에 아버지를 여읜 아픔이 아물기도 전에 그의 삶에, 큰 위기가 찾아왔다. 친구들과 축구를 하다가, 축구공에, 눈을 맞는 사고로 실명했다. 이 소식을 듣고, 8시간 만에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고, 어린 3남매를 거두던 큰 누나마저 먼저 하늘나라로 갔다. 결국 그는 국립서울맹학교 기숙사로 보내져 암흑같은 10대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꿈이 원대했던 그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았다.

열정의 30대-그는 기독교 신앙의 믿음과 끈질긴 노력 끝에 연세대학교 교육학과에 입학하였고, 29살 되던 해 대한민국 최초 정규 유학생이 되어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그리고 미국으로 건너온 지 3년 8개월 만에 피츠버그대에서 교육심리학 석사, 교육전공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렇게 그는 패기 넘치는 30대를 보내며, 드디어 칠흑 같이 어두운 그의 <인생>에 일출을 경험한다.

찬란한 50대-그의 <인생>에 떠오른 해는 더욱더 뜨겁게 달아올랐고 57세가 되던 해, 당시 한인 역사상 최고직이었던,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 차관보로 발탁되는 영광을 안았다. 이어 둘째 아들 강진영(크리스토퍼 강, 45세)은 변호사가 되어 오바마 대통령의 백악관 특별보좌관으로 임명받았다. 부자가 대를 이어 백악관에 입성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그는 2008년 ‘지구촌 인권 박애상’을 수상하고, 참석한 수만 명을 대상으로 감동적인 연설을 하기도 했다.

UN세계장애위원회 부의장과 UN창립 50주년, 루스벨트 타계 50주년 기념으로 제정된, ‘루스벨트 국제장애인 상’의 첫 수상자가 되었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그의 노력은 케네디, 레이건, 클린턴 등의 미국 대통령, 코피 아난 UN 사무총장, 록펠러, 맥아더 장군 등과 함께 127인의 위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루스벨트 홍보 센터 강당의 기념 의자에 그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다.

아름다운 60대-뜨거운 오후 뒤 일몰이 찾아오듯 그의 <인생>에도 조금씩 일몰이 찾아왔다, 68세가 되던 해 췌장암 판정을 받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인생>의 마지막은 아름다운 나 눔으로 멋진 노을이 물들었다. 그리고 40년 동안 함께했던 아내에게 사랑과 감사의 마음으로 편지를 남겼다. 그의 아내는 맹아학교에 자원 봉사자로 나와 강영우 박사의 아내가 된 석은 옥(1942~,79세)여사이다.

엘리트 여성으로 석의 시대 15년, 은의 시대 15년, 옥(玉)의 시대 10년 총 40년을 살면서, 강영우 박사의 눈과 손과 발되어 준 진정한 동반자였다. <인생>이라는 시계의 시간은, 남들보다 조금 긴 새벽을 보내 는 사람도 있으며 이른 아침을 빨리 맞이하는 사람도 있듯이 모두 각자의 시계 속에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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