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몫까지 더 열심히 살겠습니다.”
“아버지 몫까지 더 열심히 살겠습니다.”
  • 채수빈
  • 승인 2021.02.2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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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뇌사 장기기증인 유자녀 위한 제2회 D.F 장학회 장학금 수여식
△장학증서를 수여 받은 D.F장장학생 10인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박진탁, 이하 본부)는 2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본부 사무실에서 ‘D.F(도너패밀리) 장학회’ 장학금 수여식을 진행했다.

이번 수여식에서는 장학생으로 선정된 뇌사 장기기증인 유자녀 10명에게 장학증서를 전달하였으며,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하여 장학생 대표만 참여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비대면 방식(Zoom)으로 함께했다.

삼남매의 엄마이자 뇌사 장기기증으로 6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난 故 배종수 씨의 아내 오현주 씨는 “남편과 사별한 후 홀로 삼남매를 책임지게 됐다.”며 “당시 아이들이 어려 낮에는 아이들을 돌보고 밤에는 자동차회사에서 야간근무를 하며 생계를 꾸렸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5년간(2015~2019년) 뇌사 장기기증인 2,488명 중 3·40대가 874명으로 약 25%에 달한다. 이는 경제적 지원이 필수적인 미성년 자녀를 둔 많은 가장들이 뇌사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는 반증으로, 기증인의 유자녀들이 재정적 어려움 없이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고자 본부는 지난해 D.F장학회를 발족했다.

이에 따라 D.F장학위원회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가정과 학교생활에 충실한 뇌사 장기기증인 유자녀 10명을 선발하고 장학증서를 전달했다.

장학생으로 선발된 이들은 김예림 양(故 김혁수 씨 자녀, 대학교 3학년), 김정훈 군(故 김원영 씨 자녀, 대학교 3학년), 추대범 군(故 추인호 씨 자녀, 대학교 2학년), 홍은희 양(故 홍순영 씨 자녀, 대학교 2학년), 문양환 군(故 문재준 씨 자녀, 고등학교 1학년), 배서연 양(故 배종구 씨 자녀, 고등학교 1학년), 한윤 양(故 김량 씨 자녀, 고등학교 1학년), 김민준 군(故 김일영 씨 자녀, 중학교 2학년), 김우진 군(故 박선화 씨 자녀, 중학교 1학년), 배시은 양(故 배종구 씨 자녀, 중학교 1학년) 이상 모두 10명이다.

△생명나눔의 숭고함을 알리는 장학생 10인

항공정비사를 꿈꾸는 김민준 군(15세, 중학생)은 2012년 뇌사로 생을 달리하며 간과 신장을 기증한 故 김일영 씨의 막내아들이다. 어릴 적 아버지와 헤어진 김 군은 “누군가에게 기적이 되어준 아버지가 자랑스럽다. 어머니 혼자 저희 남매를 키우시느라 고생이 많으신데, 아버지 몫까지 더 열심히 살아서 꼭 호강시켜 드리고 싶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같은 해 뇌사 장기기증을 하고 떠난 故 김원영 씨의 늦둥이 아들 김정훈 군(24세, 대학생)은 “제 기억 속 아버지는 이웃들에게 늘 따뜻했던 분이셨다. 죽는 날까지 나눔과 봉사를 이어오셨던 아버지 덕분에 오늘처럼 좋은 기회를 선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서 故 추인호 씨의 아들 추대범 군(21세, 대학생)은 “장기기증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선택 같다. 나 역시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퍼트리며 살아가다가 아버지처럼 장기기증을 하고 떠나는 것이 꿈이다.”라는 뜻을 전하며 교과서에 남을만한 학자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전달식에 장학생 대표로 참석한 김예림 양(24세, 대학생)은 2019년 뇌사로 세상을 떠나며 장기기증으로 3명의 생명을 살린 故 김혁수 씨의 딸이다.

김 양은 “나중에 부모가 된다면 아버지와 같은 부모가 되고 싶을 만큼 저에게 삶의 표본 같은 분이셨다.”며 “언제나 긍정적인 에너지로 주변을 밝혔던 아버지의 생명을 이어받은 분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지내시기를 바란다.”는 인사를 전했다. 재능이 많은 김 양은 소프트웨어 개발자, 공무원 등 이루고 싶은 꿈도 다양하다. “아버지의 나눔을 기억해주시고,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장학금을 통해 제 꿈을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라는 소회를 밝혔다.

이번 수여식은 발음교회(담임목사 권오륜), 구산교회(담임목사 조성광), 안성중앙교회(담임목사 송용현), KB국민은행 중곡동지점(지점장 구자용), 네이버 해피빈 등의 후원이 잇따랐기에 가능했다.

도너패밀리 강호 회장은 “가족을 잃는 슬픔은 삶의 질서를 잃어버리게 할 만큼 크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덮치면 더 힘들다. 장학금 지원은 가정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위로를 전하며 유자녀들에게 생명나눔의 정신을 이어가는 귀중한 발판이 될 것이다.”라고 전하며 장기기증인 유자녀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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