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란젓의 원조는 한국일까? 일본일까?
명란젓의 원조는 한국일까? 일본일까?
  • 크리스천월드
  • 승인 2020.09.09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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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슬빈 기자 = 지난 2017년 영국의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왕궁에서 커리를 자주 먹는다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같은해, 프랑스 극우정당 부대표인 플로리안 필리포가 회식자리에서 쿠스쿠스를 먹은 것에도 큰 관심이 쏠렸다. 두 유명 인사가 타국의 음식을 먹는다는 것만으로도 왜 큰 화제가 되었을까.

이 책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책에선 무시와 배제의 음식에서 누구나 즐겨 먹는 음식으로 옮겨 간 여섯 가지 음식과 문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커리와 쿠스쿠스를 비롯해 보르시, 굴라시, 사테, 명란젓까지 여섯 가지 음식들은 특정 민족들의 전통음식이었다가, 식민지의 비천한 음식으로 전락했다가, 지배자의 식탁에 일상적으로 올랐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커리는 해가 지지 않는 식민지를 건설했던 대영제국으로 유입된 수많은 음식 중에서 빅토리아 여왕이 전속 요리사를 둘 정도로 영국인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제각각의 가정에서, 제각각의 향신료를 써서, 제각각의 방식으로 즐기던 음식에 커리라는 이름을 붙이고, 몇몇 향신료를 배합해 커리 파우더로 상품화한 것이 식민지 음식에 빠진 영국이다.

쿠스쿠스는 북아프리카 마그레브 지역에서 프랑스로 옮겨 갔다. 일찍이 신대륙 정복에 뛰어들었지만 스페인, 영국에 밀린 프랑스가 그 대안으로 눈을 돌린 지역 중 하나가 북아프리카였다. 현재 프랑스는 유럽 전체 쿠스쿠스 소비량의 43%를 먹어치우고 있다.

책에선 한국 음식인 명란젓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다. 부산에서 태어난 일본인 가와하라가 태평양전쟁 패전으로 귀국한 후, 한국에서 맛본 명란젓을 잊지 못해 직접 담가 먹다 판매까지 한다. 우리 입장에서는 황당하게도 일본 내에서 원조 논쟁을 벌일 정도로 이 일본식 명란젓은 인기를 끌고 있다.

서로 다른 자초지종을 지닌 여섯 가지 음식들의 한 가지 공통점은 피지배 국가나 민족의 하층민이 즐겨 먹던 먹거리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음식들은 맛있기 때문일 것이다.

◇ 지배자의 입맛을 정복하다 / 남원상 지음 / 따비 펴냄 /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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