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K, '테러방지법 제정을 반대한다'
NCCK, '테러방지법 제정을 반대한다'
  • 편집국장
  • 승인 2016.02.25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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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영주 목사

 정의화 국회의장이 테러방지법안을 23일 국회 본회의에 직권상정해 처리하려고 하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김영주 목사, 이하 NCCK)는 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테러방지법 제정을 반대한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

[성명서] 테러방지법 제정을 반대한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정부와 여당이 테러방지법안을 정보위에 단독 상정하는 등 직권상정 수순을 밟고 있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아래와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정부와 여당은 9·11테러가 발생한 2001년부터 줄기차게 테러방지법 제정 시도가 이어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제정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분명히 인식하여야 한다. 그것은 바로 테러를 방지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이점보다는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우려가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테러방지법은 국가정보원장 산하에 일원화된 지휘체계로서의 '대테러통합대응센터'를 설치하여 국정원으로 하여금 휴대폰 감청, 계좌추적, 포털과 SNS에 대한 실시간 감시 등의 권한을 합법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다시 말해 지금도 선거 개입 및 불법 도감청을 통한 민간인 사찰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국정원에 헌법을 초월하여 언제든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통제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국민의 안전을 위한 법이 아니라 국정원 강화법이며 민주주의 훼손법이라 볼 수밖에 없다.

 정부와 여당은 기존 법과 체계로는 테러에 대응하기 힘들기 때문에 새로운 법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그러한가? 우리나라는 이미 33년 전인 1982년, 국가대테러활동지침을 제정하였고, 그에 따라 대통령 산하에 국무총리·외교부장관·국방부장관·국정원장·국가안보실장 등 국가안보를 담당하는 최고수뇌들로 구성된 대테러정책 최고결정기구인 국가테러대책회의를 조직하여 운영하고 있다.

 또한 그 산하에 실무를 논의하는 테러대책상임위원회와 테러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컨트롤 타워인 테러정보통합센터를 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군과 경찰에 각각 대테러특공대를 두어 24시간 대기하게 하는 등 이미 물샐 틈 없는 테러대비체제를 촘촘히 갖추고 있다. 문제는 이미 갖추어져 있는 기존의 장치들이 적절하게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파리 테러를 비롯한 IS의 위협이 드세어졌던 2015년 한 해 동안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국가테러대책회의는 단 한 차례도 소집하지 않았다. 심지어 황교안 국무총리는 자신이 국가테러대책회의의 의장이라는 기본적인 사실마저도 모르고 있었다.

 이렇듯 마땅히 다해야 할 책임은 다하지 않은 채 테러방지법 제정에만 매달리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볼 때, 우리는 테러방지법의 목적이 국민안전이 아니라 정권유지에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야당 의원들이 테러방지법안의 직권상정을 막기 위해 진행 중인 필리버스터는 이러한 전국민적인 우려와 분노를 반영한 정당한 행위인 것이다. 신앙 양심에 따라 인권과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힘써온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테러방지법 제정에 반대하며 정부와 국회에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

- 정의화 국회의장은 국회법에 저촉되는 테러방지법에 대한 직권상정을 즉시 철회하라.

- 정부와 국회는 테러방지법을 통해 국민의 사생활을 감시, 통제하려는 모든 시도를 전면 중단하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어떠한 경우에도 국가 권력에 의해 국민의 자유가 침해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며 민주주의의 온전한 실현을 위한 기도의 행진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것이다.

2016년 2월 23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 의 평 화 위 원 회

위 원 장 윤 길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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