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고현 목사] 도둑에도 내어주는 선비정신
[김고현 목사] 도둑에도 내어주는 선비정신
  • 채수빈
  • 승인 2019.07.29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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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현 목사(한장총 총무)

우리나라의 ‘선비정신’(精神)란? 인격적 완성을 위해 끊임없이 학문과 덕성을 키우며, 세속적 이익보다 대의와 의리를 위해 목숨까지도 버리는 정신을 말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 조상들이 내세운 정신이다. 이러한 정신이 오늘 외세에 의해서 난도질을 당하고 있다. 우리의 정신은 이웃 나라로부터 침략을 당해도, 용서하고, 도둑질을 당해도 용서했다. 그런데 용서를 받은 나라가 오히려 물건을 내놓으라고 하니 부화가 치민다.

옛날 한 선비의 집에 칼을 든 도둑이 들어왔다. 도둑은 책을 읽고 있는 선비에게 칼을 들이밀었다. 그리고 돈을 달라고 위협했다. 시간이 흐르지만, 선비는 자세하나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 순간에도 여전히 책만 읽고 있었다. 오히려 도둑은 칼을 쥔 손이 떨고 있었다. 도둑은 다시 칼을 내밀며 위협을 가했다. 그러자 선비는 나긋한 목소리로 “저기 장롱 서랍을 열어보시게”라는 말을 했다.

도둑은 칼을 선비에게 겨눈 채 벌벌 떨며 장롱으로 향했다. 도둑이 돈을 꺼내 호주머니에 넣어 나가려는데 선비가 부른다. “여보게 얼마나 되는 가 셈이나 해보세” 그 돈은 500냥 이었다. 그 당시의 금액으로는 상당히 큰 금액이었다. “그 돈이 다 필요한가?” 선비가 말하는데 도둑은 대답할 겨를도 없이 문을 차고 달아났다. 이때, 선비가 다시 불렀다 “여보게, 무슨 사람이 그리 무례한가. 돈을 주면 고맙다고 인사는 해야 하는 게 예의 아닌가?”

도둑은 “고맙습니다.”라는 대답을 하고 쏜살같이 도망쳤다. 그런데 새벽에 포졸이 도둑을 잡아 함께 나타났다 “영감님! 이 돈500냥은 영감님의 돈이지요? 이 놈이 훔쳐간 것이 틀림없지요?" 라는 포졸의 질문에 선비가 대답했다. 그 돈이 내 돈임에는 틀림이 없소만, 강도질을 당한 것이 아니라 내가 준 것이오” 포졸이 수긍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이에 선비가 다시 말한다. “수긍할 수가 없으니 증거가 있소. 저 사람에게 물어보시오. 나가면서 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는지 안했는지 어떤 강도가 도둑질을 하고 고맙디는 인사를 하겠는가?”

포졸과 도둑은 그 선비의 인격에 크게 감동을 했다. 도둑은 평생 선비를 곁에서 모시고 살았다. 이 이야기는 소파 방정환(方定煥, 1899~1931)선생이 쓴 <선비와 도둑>이라는 제목의 내용이다. 강도가 칼을 들고 위협을 하는데도, 그 강도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여유와 '고맙다'라는 인사를 받는 자신감과 용기, 거액의 돈을 아깝게 여기지 않은 무소유의 정신. 우리 민족의 정신적 근간이다. 우리가 자랑할 수 있는 선비정신이다.

우리는 그 엿날 선조들의 선비정신을 이어받았다. 이웃을 사랑하고 배려할 줄 아는 민족이다. 우리는 일제 36년 동안 많은 것을 일본에게 도둑질을 당했다. 그럼에도 패전국인 일본을 용서했다. 일본인들이 떠날 때 상처하나 입히지 않았다. 우리의 선비정신은 어떻게 보면, 좋은 것 같으면서도, 민족의 자존심을 구기게 만든다. 일본은 한국전쟁이 없었다면, 오늘도 원시국가의 형태에서 벗어나지를 못했을 것이다.

“정신이 건전하지 못하고 정상으로 살지 못하는 자를 정신이 썩었다고 한다. 육신이 아무리 건강하고 잘 생겼어도 정신이 썩어 있으면 가치가 없다.”ㅡ 좋은 글에서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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