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은폐된 충신, 이징옥을 되살린다…'물망'
[신간] 은폐된 충신, 이징옥을 되살린다…'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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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5.02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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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물망' 표지


(서울=뉴스1) 윤슬빈 기자 = 신간 '물망'은 역사 속 난을 일으킨 인물로 기억된 이징옥과 '오랑캐'로 비하된 여진족의 업적을 재해석한 소설이다.

이징옥은 세종, 문종, 단종 3대에 걸쳐 조선의 북방을 지켰던 무장이었다. 김종서와 같이 조선 북관의 양대 산맥이 이뤘지만, 그에 비해 현재까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로 그저 '이징옥의 난'이라는 말로 단순하게 설명된다.

이징옥은 단종조 계유정난 당시 혼란한 틈을 타 북방의 여진족 세력을 등에 업고 대금황제(大金皇帝)를 칭하며 군사를 일으켜 역모를 도모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징옥의 거병을 그와 같이 해석하는 시각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징옥은 역심으로 군대를 일으킨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종신들을 피살하고 단종을 사실상 구금 상태에 두며 왕위 찬탈에 대한 야욕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수양대군의 계유정난에 반기를 들고 종사를 정상화하기 위해 분연히 의거한 것이라고 보아야 옳다고 말한다.

그러나 역사의 승자가 된 것은 수양대군이니, 패자인 이징옥은 역신이 되어 역사에서 언급되어서는 아니 될 인물로 남았다.

이에 반박하듯 저자는 '조선왕조실록'을 기반으로 한 철저한 역사적 고증을 통해 사필귀정(事必歸正), 파사현정(破邪顯正)의 기치를 들고 수양대군과 그 도당의 패도에 맞서 일어서는 이징옥과 그를 따르는 북방 무장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저자는 또 여진족과 관련된 역사를 부정하고 이들을 적대시하는 태도에서 발해 역사를 삭제했던 '삼국사기'의 편협한 사고와 같은 역사 인식이 되살아났다고 탄식한다.

오늘날까지 올량합의 독음을 변형한 '오랑캐'로 비하된 여진족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는 것이 잊힌 우리 북방 역사를 회복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수양대군은 이징옥의 거병 이후 보복 차원에서 친이징옥 성향의 올량합 여진족을 가차 없이 숙청한다. 그로 인해 태조 이성계의 조선 건국 당시부터 함께하며 줄곧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왔던 여진족과의 관계는 극도로 악화된다.

세조대에 이르러 이징옥에 대한 역사를 지우는 과정에서 여진족과 관련된 우리 북방 역사도 상당 부분 누락된다. 식민사관은 이런 잘못된 역사관을 잇는 또 하나의 사생아일 뿐이다.

이 책에서 또 하나 주목을 끄는 부분이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다.

이징옥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실제로 상당 부분을 이징옥에 대해서 다룬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중요히 다루고자 했던 것은 올량합 여진족장 낭발아한의 딸 토로고와 이징옥을 따르는 무장 김죽의 비극적인 사랑이다.

이징옥의 거병은 결국 내부의 배신으로 허무하게 끝나고, 의를 위한 거병은 난으로, 이징옥은 역사 속에서 절대 언급되어서는 아니 될 역도로 남았다.

저자는 소설을 통해 그런 이징옥을 재발견하려 하는데, 그것은 단순히 잊힌 충신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만이 아니라, 이징옥이 잊히면 그와 관련된 역사 속 개인의 비극 또한 잊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소설 이징옥은 역사의 격랑 속에서 스러져간 이들에 대한 헌사이다.

이 책의 저자 강호원은 세계일보에 입사해 베이징 특파원, 경제부장, 논설위원, 편집국장, 논설실장으로 일하면서도 역사 공부를 게을리한 적이 없는 '준 역사 전문가'다.

◇물망 / 강호원 지음 / 들녘 펴냄 / 1만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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