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 잡는 귀신?' 예술가들 거짓말로 진실을 묻다
'해병 잡는 귀신?' 예술가들 거짓말로 진실을 묻다
  • 크리스천월드
  • 승인 2019.03.0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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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영, 물귀신과 해병대, 2012, 슬라이드 상영, 1분 47초.(서울대미술관 제공)


(서울=뉴스1) 여태경 기자 = 하얀 소복에 검은 머리를 풀어헤친 물귀신이 빨간 체육복에 짧게 머리카락을 자른 해병들을 잡으로 뛰어다닌다. '귀신 잡는 해병대'가 아니라 '해병 잡는 잡는 귀신'이다. 영상 속 해병들은 이 황당한 상황에 웃음을 터뜨린다.

어처구니 없지만 기발한 상상의 이 영상은 이수영 작가의 영상작품 '물귀신과 해병대'이다.

서울대미술관(관장 윤동천)은 '거짓말'을 주제로 허구의 이야기 구조를 바탕으로 다양한 전략을 사용하는 작가들의 작업을 선보인다.

이들의 작업은 관객을 웃게 하기도 하고 화를 돋우기도 하고 때로는 거짓말인지 끝까지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감쪽같다.

파블로 피카소는 한 인터뷰에서 "우리 모두는 예술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예술은 우리가 진실, 적어도 우리의 이해 반경 안에 있는 진실을 깨닫도록 하는 거짓말이다. 예술가는 자신의 거짓말에 담긴 진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납득시키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피카소의 말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아예 거짓말을 예술의 도구로 사용한 구민자, 김범, 신정균, 안규철, 오재우, 이병수, 이수영, 이준형, 장보윤 등 9명의 작가의 작업을 소개한다.

구민자의 '스퀘어 테이블: 예술직 공무원 임용 규정 마련을 위한 공청회'는 공무원직에 예술가 직렬을 신설한다는 가정 아래 공무원, 미술대학 교수, 미술전문지 편집장, 미술가, 큐레이터 등이 청중 앞에 모여 임무, 선발요건, 근무조건 등을 논의한 퍼포먼스이다.

김범의 '변신술'은 인간이 나무, 문, 풀, 바위, 냇물, 사다리, 표범, 에어콘으로 변신할 수 있는 방법을 적어 놓은 지침서로 황당무계하지만 글을 읽으면서 한번쯤은 나무나 표범으로 변신하는 상상을 하게끔 한다.

 

 

 

 

 

신정균, 옥류체로 쓰여진 노래.© 뉴스1

 

 


신정균은 인기 아이돌그룹 엑소의 히트곡 '으르렁'의 가사를 빨간색 북한 폰트인 옥류체로 써서 내걸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노래 가사이지만 글씨체 하나로 다른 내용으로 읽히게 만든다.

오재우는 콜렉터를 찾아가 작품을 소장하게 된 경위를 인터뷰한 영상 작업 '콜렉터스 초이스'를 선보인다. 하지만 작가는 콜렉터로 소개되는 참여자들에게 그들이 소장하고 싶은 작품 이미지를 받아 최대한 비슷하게 보이게 제작해 주고 작품을 소장하게 된 경위를 상상해 이야기하게 한다.

이병수는 관악산에 호랑이가 살고 있다는 가정 아래 '관악산 호랑이'의 흔적을 추적하는 작업과 예술가들의 남극 생존 훈련 프로그램 '메이드 인 안타티카'를 전시한다.

장보윤은 재개발 지역에서 우연히 주운 사진 슬라이드를 가지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자료를 창작해 낸 '기억의 서: K의 슬라이드'를 소개한다. 작가는 진실과 허구를 뒤섞어 과거의 시공간과 현재가 겹쳐지는 독특한 상황을 만든다.

이밖에도 안규철 작가의 대표작 '그 남자의 가방(II)'과 '상자 속으로 사라진 사람'과 이준형 작가의 '도그 프로젝트'(Dog Project)와 '챕터11'(Chapter11)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5월26일까지.

 

 

 

 

 

 

 

이병수 작가가 '7일 서울대미술관에서 관악산 호랑이 연구소' 작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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