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를 무시하는 ‘양심과 법’
질서를 무시하는 ‘양심과 법’
  • 크리스천월드
  • 승인 2018.08.16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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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결혼했다. 그는 신혼여행이 끝나자 곧 사라졌다. 그리고 몇 달 후 나타났다. 화를 내는 신부에게 그가 말했다. “왜 화를 내는 거요. 우리는 분명히 결혼했고 사랑하는 사이잖소. 생활비도 보냈는데 무엇이 불만이오”

한 어린이가 학교에 입학했다. 그런데 다음날부터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가정 방문한 교사에게 어머니가 말했다. “우리 아이는 학교에 가지 않아도 돼요.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걸요” 이렇듯 형식과 규칙을 무시하면 세상은 난장판이 되고 말 것이다.

세상이 점점 질서를 잃어가고 있다. 지금 이 시대에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질서 찾기”다.

영국의 저술가며 사회개혁가인 새뮤얼 스마일즈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질서는 시간의 가장 훌륭한 지배자이다. 왜냐하면 일이 효과적으로 처리되지 않는 한 시간은 그대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시간은 한 번 잃어버리면 영원히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질서는 많은 중요한 문제들과 결부된다. 도덕이나 물질에 따른 법칙에 대한 복종도 질서다. 세상은 질서로 시작했다. 질서가 있기 전에는 혼돈이 지배했다.”

그동안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담임 청빙 결의 무효 확인 소송’은 교회세습이라는 문제를 교계에 던졌고, 수많은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결국 지난 8월 7일 총회재판국은 ‘세습유효’ 결정을 내림에 따라 명성교회 세습이라는 성벽을 만들어줬다.

통합 재판국장은 판결 직후 기자들에게 “공정성 있고 양심과 법과 원칙에 의해 진행했다. 국원들 전체가 이러한 결과에 모두 승복하고 기도하면서 마쳤다”고 말했다.

통합 재판국이 말하는 ‘법’은 무엇이고, ‘양심’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 법은 인류공동생활에서 사회를 유지하고 통제하는 하나의 수단이다. 흔히 말하듯이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다. 사람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그 중에는 질서를 어지럽히고 안녕과 평화를 파괴하는 반사회적 행동을 하는 사람을 제재할 필요가 있게 된다.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서 법이 있다는 말이다.

종교도 사회와 같다. 교단 내 많은 신도가 늘어남에 따라서 질서를 위해 교단 헌법이 만들어졌다.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만들어진 교단 헌법을 가지고, 통합총회 재판국은 질서를 바로 잡았어야 옳았다.

교단 내 질서 바로잡기를 소망하는 이들에게 통합 재판국은 지난 3월 13일 서울동남노회 임원선거가 무효라고 판결해 일차적으로 질서를 바로 잡았다. 따라서 무효화된 임원 선거와 함께 이들이 결의한 김하나 목사 청빙 결의도 무효화 되는 것이 당연한 결과요 질서였다. 그러나 통합 재판국은 김하나 목사 청빙 결의에 대해 ‘세습유효’ 결정을 내렸고, 자신들이 판결한 일차적 질서를 무시했다. 이는 ‘법’을 무시한 처사이며, 질서를 바로잡으라고 만든 재판국이 도리어 질서를 어지럽힌 결과를 가져왔다.

이 같은 통합 재판국의 결과에 교회사학자인 옥성득 교수(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캠퍼스)는 자신이 속한 노회에 ‘목사직 사직서’를 제출했다.

옥 목사는 사직서에서 “오늘 재판국이 8:7로 명성교회 세습을 인정했다”면서 “저는 이 판결이 부당하므로 항의하며, 다음 총회헌법에 따라 예장 통합 측 목사직을 ‘자의 사직’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세습 인정 판결로 장로교회는 80년 전 신사참배 결의보다 더 큰 죄를 범했다”면서 “ 당시는 일제의 강제로 결의했으나, 오늘 재판국은 자의로 결정했기에 통합 교단은 오늘자로 죽었다”고 천명했다.

자신이 속한 교단에서 ‘법’을 바로 세우라고 있는 재판국이 부당한 판결을 내렸고, 질서를 바로잡지 못하는 교단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것이다. 옥성득 교수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고도 남을만하다.

이뿐 아니라 기독법률가회는 지난13일 성명을 발표하고, 예장통합 총회 재판국이 내린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청빙 결의 유효 판결에 대해 “무효화된 임원 선거에서 선출된 서울동남노회 임원들이 김하나 목사 청빙 결의를 처리했고, 사실상 파행된 노회 절차를 무리하게 진행해 처리했으므로 절차적으로 무효”라고 밝혔다.

또한 “이 판결은 같은 재판국이 이미 내린 노회장 선거 무효 판결과 완전히 모순된다”면서 “변론 과정에서 세습금지 조항이 교인의 기본권으로 침해한다고 주장한 명성교회 견해는 법리를 떠나 건전한 상식인의 눈으로 봐도 기이하다”고 비판했다.

통합총회 재판국은 교단이 세운 헌법상 세습 금지 조항에 위배되는 판결을 내렸고, 절차와 내용 면에서 이번 총회 재판국 판결의 합법성을 놓고 논란이 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한국의 헌법재판소에서는 "양심이란 어떠한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데 있어 그렇게 행동하지 아니하고서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라고 정의했다.

보통 '양심없는 놈'이나 '양심이 찔린다'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으며, 역사적으로 모든 문화의 공통점 중 하나가 양심의 존재다. 대중들이 사용하는 단어 중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는 양심이 없는 사람을 의미한다.

양심이 없다면 수치심을 느낄 수 없다고 한다. 통합 재판국은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 것인지 묻고 싶다.

옷을 입는 것에도 순서 곧 질서가 있다. 안에다 입어야 할 옷을 겉에다 입는다면, 사람들은 그를 이상한 눈으로 보게 될 것이다. 또 그렇게 입고 다니는 사람은 분명 수치심을 느끼지 못하는 정신적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보편적 입장이다.

통합 재판국은 ‘양심’적으로 세습유효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누가 보아도 전혀 양심적이지 않아 보인다. 마치 안에다 입는 옷을 겉에다 입은 사람처럼 말이다. 자신들이 먼저 안에다 입는 옷임을 만천하에 선포하고서는 그 옷을 겉에다 입는 수치심을 모르는 상황에 처했다.

예장 통합은 한국교회에서 가장 건강하고 모범적인 교단이라고 스스로 자위해 왔을 뿐 아니라 외부로부터도 그런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통합 교단이 산하 교회 문제하나 처리하지 못해 헌법 무용론까지 제기될 정도로 위신이 추락하게 된 점은 분명 교단 역사에 지워지지 않을 심각한 상처가 아닐 수 없다.

결국 이 세기적 재판은 9월 총회에서 총대들에 의해 최종 결론이 나겠지만, 부디 “양심과 법”에 따른 공정한 판단이 부끄럽지 않은 결과로 나타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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