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 백영모 선교사, ‘필리핀에서 억울하게 구금’
기성 백영모 선교사, ‘필리핀에서 억울하게 구금’
  • 채수빈
  • 승인 2018.06.2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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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 배순영 선교사 청와대 게시판에도 호소

올해로 18년째 필리핀에서 사역 중인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소속 백영모 선교사가 지난 5월 30일 오후 2시 30분 경 마닐라 인근 페이스아카데미(Faith Academy) 내에서 잠복 중이던 사복 경찰관에게 소명의 기회 없이 긴급 체포되어 20일 넘게 구속 수감된 상태다.

이같은 구금으로 억울한 상황을 겪고 있는 백 선교사의 부인 배순영 선교사가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를 통해 ‘남편선교사가 안티폴로감옥에 있습니다. (필리핀)’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려 국가의 조속한 대책 마련을 간청했다.

마닐라 안티폴로 경찰당국에 따르면 백 선교사와 한우리복음선교법인 행정관 죠 라미레즈와 미구엘 톨렌티노 등은 서로 공모 합의해 적합한 기관의 등록 허가 없는 권총과 수류탄, 총탄 등을 소지한 혐의로 체포, 구금됐다.

경찰은 또 문제가 된 불법 총기류와 폭발물은 지난해 12월 15일 수색영장을 발부 받아 선교법인 소속 건물을 수색했을 때 발견됐다며, 관련 조사를 위해 백 선교사에게 여러 차례 경찰서에 출두할 것을 명령했으나 우편물을 수취하고도 출두하지 않아 체포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백 선교사는 경찰당국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경찰 당국의 갑작스러운 수색과 선교사의 체포과정에서 석연치 않는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우선,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된 곳은 불법 무기가 발견된 한우리선교법인이 아니라 담장을 사이에 두고 있는 필리핀국제대학교(Philippine International College)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경찰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대학이 아닌 선교법인 건물을 수색했고, 무장 경비의 숙소에서 권총과 수류탄 등이 발견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백 선교사의 경우 한우리선교법인의 직원도 아니고 그곳에서 거주하지도 않는데도 불법 총기류 소지 관련 혐의를 적용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백 선교사 측의 설명이다.

특히 백 선교사는 그런 총기 및 폭발물을 본적도 없고, 그가 무기를 갖고 있는 것을 본 사람도 없는데도 체포, 구금한 것은 경찰 당국의 무리한 처사라는 지적도 있다. 또 체포 이전에 백 선교사에게 수차례 보냈다는 경찰 출석 통지서도 백 선교사에게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백 선교사 부인인 배순영 선교사는 “현재 거주지에서 9년째 살고 있지만 출두명령을 고지 받은 적이 한번도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법원 서류에도 백 선교사 등 3명의 거주지 주소가 그들과 전혀 연관 없는 필리핀국제대학으로 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대학은 한우리선교법인이 소유한 건물의 소유권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유력 인사가 지배하는 학교이기도 하다.

경찰 측의 주장대로 수차례 발부했다는 출두명령서 누군가의해 수취되었다면 법원 서류에 백 선교사의 거주지로 나오는 대학일 가능성이 높다. 앞서 발부된 압수수색 영장도 안티폴로가 아닌 거기서 2~3시간 떨어진 라구나라는 곳에서 발급된 것으로 나타나 의구심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뿐 아니라 경찰이 압수수색하던 당시 방송국 카메라가 동행해 현장급습 장면과 발견된 무기 등이 방송에 그대로 방영된 것도 필리핀에 흔히 있는 ‘셋업’으로 의심이 되고 있다. 동시에 백 선교사가 수갑을 차고 체포되는 장면을 휴대폰으로 찍은 영상이 곧바로 한국에 있는 교단 인사들에게 전달된 것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필리핀 선교부와 현지 교민들도 “처음부터 백영모 선교사를 구속시키기 위해 ‘작업’이 진행 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등 백 선교사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필리핀 사법 당국에 구류되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백 선교사는 이런 의혹을 제기하며 담당 변호사를 통해 법원에 구속 적부심과 보석을 청원한 상태이다.

변호사는 지난 6일 열린 법원 심리에서 “이 사건 자체가 법 이치에 맞지 않으니 사건을 기각시켜 달라”고 요청했고, 검사 측에선 답변준비 기한으로 5일을 요청했으나 아직 판사의 판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필리핀 백영모 선교사 구금 소식을 접한 동 교단 총회와 해외선교위원회도 여러 채널을 통해 백 선교사의 석방을 위한 대책마련에 나선 상태다.

해선위는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교단 선교국의 송재흥 국장과 팀장을 필리핀으로 급파해 백 선교사를 직접 만나 사건경위를 듣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더불어 동부선교사협의회와 필리핀한인회장, 현지인 변호사 등과도 만나 보석과 불구속 재판을 받을 방법을 찾았다. 교단 내 필리핀 선교단체인 파워미션과 한우리교회 인사들도 필리핀 현지를 방문해 백 선교사를 면회하고, 석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총회장 윤성원 목사도 호소문을 발표하고 백 선교사의 석방을 위해 기도해 줄 것을 당부했다.

윤 총회장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구금된 백영모 선교사님의 석방을 위해 총회 해외선교위원회 등 교단 내 선교 단체와 유관 기관들이 힘을 모아 대책위원회 구성해 적극 나설 것”을 요청하고, “모든 성도 여러분과 함께 우리 선교사님이 무사히 게 석방되기 위한 기도에 적극 나서 줄 것”을 당부했다.

덧붙여 백 선교사의 부인 배순영 선교사도 17일 청와대 게시판에 “억울하고 힘든 저희들의 사정을 알아봐주시고 풀려날 수 있도록 행정적인 조치를 해주시도록 간절히 청원 드린다”(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273112)는 내용의 국민청원을 올린 상태로 6월 21일 오후 현재 22,233명이 청원에 동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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